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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발바닥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향기,강아지 꼬순내 예찬
    나만의 에세이 2025. 10. 30. 19:40

    ​우리 집 강아지가 세상에서 가장 고소한 '팝콘 공장'을 은밀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.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공장이지만, 그 증거는 아주 확실하다. 바로 잠든 강아지의 발바닥 근처에서 솔솔 피어오르는, 마법 같은 그 향기, '꼬순내'다.


    ​강아지 발바닥 꼬순내. 이 단어만큼 따뜻하고 재미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. '꼬순내'는 고소한 냄새를 뜻하는 정겨운 말로,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강아지 발바닥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일컫는 애정 어린 표현이다. 마치 갓 구운 팝콘이나 노릇하게 익은 콘칩 같다고 하여 '팝콘 발'이라고 불리기도 한다. 이 냄새의 정체는 사실 강아지 발바닥에 사는 아주 일반적인 두 종류의 박테리아(주로 프로테우스와 슈도모나스)가 땀과 만나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. 알고 나면 살짝 '헉' 할 수도 있지만, 이 냄새가 우리에게 해롭지 않을 뿐더러, 이 박테리아들이 고소하고 달콤한 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귀엽고도 신기한 생명의 비밀이다.


    ​이 꼬순내는 반려인의 일상에 잔잔한 행복을 선물한다.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기대앉았을 때, 곁에 누워 배를 드러낸 강아지의 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코를 갖다 대는 순간. 익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그 고소한 향에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. "어휴, 너 또 산책하고 발 안 닦았지? 그래도 냄새는 좋네." 하고 혼잣말하며 미소 짓게 되는, 일상의 작은 의식이다.


    ​어쩌면 이 꼬순내는 강아지가 우리에게 보내는 '사랑의 시그널'이 아닐까 싶다. 그 작은 발로 온 세상을 뛰어다니며 모아온 흙과 풀, 그리고 자신만의 땀과 체취를 버무려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.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부분인 발바닥을 기꺼이 우리에게 내어줄 때만 맡을 수 있는, 신뢰와 애정의 증표.
    ​물론 꼬순내가 아닌 '진짜' 악취가 나거나 강아지가 발을 너무 자주 핥는다면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, 그때는 따뜻한 관리가 필요하다.


    산책 후 깨끗하게 발을 닦아주고, 발바닥 털을 잘 정리해 습하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. 이 모든 과정이 강아지를 향한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다.
    ​강아지의 꼬순내는 그저 냄새가 아니다.


    그것은 우리와 강아지가 함께 보낸 시간의 농축액이며, 무해하고 순수한 생명의 기운이다. 이 작고 고소한 향을 맡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. 이 작은 생명이 주는 행복은, 때로는 가장 단순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난다는 것을. 그러니 오늘도 나는 강아지의 발바닥을 살짝 쥐고 속삭인다. "오늘도 꼬순내 열일 했네. 고맙다, 내 사랑."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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